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한 14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은 절망 어린 표정과 한숨으로 가득했다. 장중 반등을 시도하던 지수가 다시 고꾸라질 때 입회장의 트레이더들은 책상으로 고개를 파묻었고, 미국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은 증권 시황 방송에 수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인터뷰했다.
S&P500지수는 이날 3.88% 포인트(151.23) 밀린 3749.63에 마감됐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 고점(4818.62) 대비 20%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종가 기준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선언된 2020년 3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8% 포인트(530.80) 급락한 1만809.23에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의 낙폭은 지난해 11월 고점(1만6212.23)과 비교해 정확히 3분의 1 수준인 33.3% 하락했다. 기술주 투자자의 심리를 방어했던 1만1000선 붕괴로 낙폭이 확대됐다. 그나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79% 포인트(876.05) 하락한 3만516.74로 장을 완주해 낙폭을 최소화했다.
S&P500지수의 베어마켓 진입은 올해 뉴욕증시의 약세를 예고한다. 리처드 켈리 TD증권 국제전략부장은 이날 미국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채권 시장에서 모두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시점은 올해 4분기와 2023년 1분기일 것”이라며 “앞으로 2~3개월 동안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악재는 결국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노동부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8.2~8.4%를 상회했다. 고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경하게 만드는 재료다.
연준은 이날 밤부터 이틀간 FOMC 6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률을 논의한다. 지난달처럼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0.5% 포인트의 인상률을 적용하면 미국의 금리는 1.25~1.5% 수준으로 상향된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는 인플레이션 탓에 더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 이른바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75bp를 택한 비율은 오전 10시50분 현재 93.8%로 치솟았다. 50bp 금리 인상 전망은 이제 6.2%의 소수의견이 됐다. 지난 주말만 해도 50bp에 대한 의견이 96.4%로 75bp 인상 전망(3.6%)을 압도했다. 시장이 이미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하고 연준의 성명을 기다리는 셈이다. 연준은 오는 16일 새벽 FOMC 6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금리 인상률을 발표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