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대표)로부터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공익신고자 A씨가 YG 사옥에서 찍었다는 ‘화장실 사진’의 진위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 등의 공판을 열고 증인 A씨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양 전 대표는 YG 소속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A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앞선 공판에서 ‘YG 사옥 7층에서 양 전 대표를 만나 비아이 마약 의혹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라는 협박을 당했으며, 증거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제출했던 휴대폰을 돌려받아 3층 혹은 4층에 있는 화장실로 가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화장실에 양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B씨와 함께 갔다고 했다. 해당 사진은 A씨가 양 전 대표에게 협박당한 정황을 보여줄 핵심 증거로 꼽힌다.
양 전 대표 측은 A씨에게 ‘화장실에서 엄마나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112에 신고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묻는 등 A씨 진술의 신빙성과 사진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려 했다.
A씨는 “B씨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사진 하나 찍는데도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했다”고 답했다. 신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양 전 대표 측은 ‘양 전 대표와 면담했던 7층에도 화장실이 있는데 B씨가 굳이 3~4층에 있는 화장실로 가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자, A씨는 “7층에도 화장실이 있는지 몰랐다. 저는 건물구조를 잘 모르고 B씨가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A씨는 “YG 사옥에서 찍은 사진이 맞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또 양 전 대표 측이 제시한 YG 4층 화장실 사진에 대해 A씨는 “저 화장실이 아니다”라며 “화장실이 저렇게 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가 “당시 3층 화장실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양 전 대표 측은 ‘3층에는 아티스트 작업실 등이 있어 지문 출입이 가능한 임직원도 못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또 신문 과정에서 A씨는 사진이 찍힌 일시를 두고 수사기관에서 확인했고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양 전 대표 측은 진술조서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시 화장실 사진을 찍은) 정황이 제대로 안 밝혀지는 것 같다”며 “화장실 구조나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피고인 측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가수 연습생이었던 A씨는 2016년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비아이의 마약투약 의혹을 진술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 그는 2019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YG 측으로부터 외압을 받아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해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열린 3차 공판에서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밝힌 뒤 YG 사옥에 불려가 만난 양 전 대표가 ‘내 가수가 경찰서 가는 게 싫다. 그러니까 진술을 번복해라. 연예계에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번복하면 사례하고 변호사도 섭외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전 대표 측은 만나서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짓 진술을 하도록 협박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