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중년인데, 아저씨인데 세련되게 옷 좀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여름 윤 대통령의 맞춤 정장을 부탁하면서 양복점 ‘페르레이’의 손미현(33)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였다고 한다.
손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뉴스1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지난해 7월, 그러니까 여름이었는데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어떤 여성분이 연락이 왔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가능하다. 그런 분들 많이 오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세부적인 걸 많이 물어왔다”며 “그러고 나서 혹시 집으로 와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누구냐고 했더니 윤석열 검찰총장이라고 말해서 많이 놀랐다. 그때 퇴임은 했지만 어쨌든 (김 여사가) 총장님이라고 부르고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 이미지가 약간 좀 무서운 게 있었는데, 집에 들어섰을 때 차림새도 편안했고 말투나 행동이 너무 소탈했다”며 “김 여사도 소탈한 모습으로 있었고 긴장을 풀어주려고 질문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넉넉한 바지 핏’을 고집했던 윤 대통령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모든 건 다 부인에게 맡긴다고 말했는데, 유일하게 바지 핏은 좀 넉넉하게 해달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직원들은 ‘안 된다. 날씬하게, 무조건 세련되게 해달라’고 하고, (윤 대통령은) ‘넉넉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그때 적절하게 조율을 했다. 남편의 바지통 (고집)을 말릴 수 없으니 본인이 편안하게 해주되 다만 너무 펄럭거리지만 않게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것 빼고는 요구한 게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손 대표는 김 여사가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뛰어났다고 했다. 그는 “여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정장 제작 작업)는 맞춤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새로웠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라인을 보는 안목이나 감각이 뛰어났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김 여사와 항상 직접 연락을 취할 만큼 민감하게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옷을 납품해드렸는데 꼼꼼히 살피더니 ‘옷에서 마음이 보인다’고 말해주시더라. 그런 코멘트는 처음 들어봤다.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김 여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손 대표는 일상생활에서 본 김 여사는 소탈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직접 다 돌보고 배변 패드도 다 본인이 치우고 걸레질도 하고 꾸밈이 없다. 앞뒤가 똑같다”며 “(평소에) 디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멍이 나 있는 흰색 티셔츠와 청치마를 정말 편안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편안한 옷을 입고 있으니 멋있었다. 화장기는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서는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풍채가 좋았고 단단하고 좀 다부진 몸이었다”고 했다. 이어 “체형을 볼 때는 어깨가 앞으로 굽어 있는 체형이었다”며 “보통 공부를 많이 한 분들이 책상에서 많이 앉아 있다 보니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어깨의 높낮이 편차도 상당히 있었다. 그런 걸 보정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의 옷을 만든 경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고객으로 온 것 자체가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제가) 너무 어린 나이다. 그래서 꿈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묵묵히 뚝심 있게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그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대박 나겠다’ 이런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