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별세한 ‘국민 MC’ 방송인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송해와 함께 보냈던 1년을 돌이켰다.
오 교수는 13일 방송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송해와 관련된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세월호 때였다. 몇백 명이 졸지에 물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KBS1) 하면서 웃고 이게 안 되니까 KBS에서 두세 달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녹화를 안 하니 악단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지 않나. 생활이 안 됐다”며 “이분(송해)이 올라가서 담판을 지었다.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해줘라. 돈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 해서 밀린 출연료를 다 받았다.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송해가 자주 썼던 말은 ‘공평하게’라고 한다. 오 교수는 “(송씨는)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 행정가들, 지역 국회의원이라든가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한다. 이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라 국민이고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일화도 전했다. 그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며 “그러자 뭐라 하셨다.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까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고 했다.
이어 “(당시 송해 선생님이) ‘당장 치워라’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하셨다”며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해당 지역 목욕탕을 꼭 들렀다고 한다. 오 교수는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이렇게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또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하면서 안 싸운 PD가 없다”면서 “그분이 무대 완결성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하시다. 당신 MC만 잘 보는 거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가령 녹화를 하다 보면 초대가수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출연자 중 선발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있다든가, 조명이 어떻다든가, 그런 걸 하나도 안 넘기신다”고 전했다.
평전 집필을 위해 1년간 송해와 ‘전국노래자랑’ 스케줄, 술자리, 광고 미팅, 가요무대 녹화 등을 동행했다는 오 교수는 ‘송해는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물음에 “무대 위와 아래가 똑같은 건 다정다감하다는 것. 정이 그렇게 많다. 그리고 사람을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배려하신다. 그건 실제로 무대 밖에서 더 깊고 심하시다”고 기억했다.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7년생인 송씨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해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이끌었다. 송씨는 국내 최고령 MC임과 동시에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또 희극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