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아니스트 꿀띠쉐프 “전쟁의 비극에 마음 아프다”

입력 2022-06-14 05:30 수정 2022-06-14 10:41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가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2007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꿀띠쉐프는 오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뉴시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극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러시아 국민으로서 (전쟁의)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37)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오는 15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꿀띠쉐프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간이 정말 슬프고 힘들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2007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꿀띠쉐프는 2008년 한국 무대에 처음 선 이후 10여 차례 정도 내한했다. 이번엔 전쟁 여파로 한국과 러시아 직항노선이 중단된 탓에 비행기를 세 차례나 갈아탄 끝에 올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울까지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다”면서도 “(전쟁으로 러시아 연주자들이) 해외 무대에 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쟁 여파로 해외 연주 기회가 없어진 것 외에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전쟁 여파로 국제음악콩쿠르연맹에서 퇴출당한 것도 그에게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는 “차이콥스키는 죄가 없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퇴출은) 전쟁의 여파인 만큼 다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면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내가 프로 연주자로서 활동하는 것 외에 아내와 결혼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면서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의 아내는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자인 일본의 카미유 마유코다. 두 사람은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투어 공연을 다니면서 가까워져 결혼에 이르게 됐다. 카미유 마유코는 한국 피아니스트 김선욱, 중국 첼리스트 지안왕과 함께 ‘한·중·일 트리오’를 구성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13개의 전주곡과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지난해 12월 팬데믹 와중에 가진 내한 독주회에선 베토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와 리스트, 차이콥스키의 곡들을 연주했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뿌리가 느껴지는 작곡가”라면서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은 관객에게 마음을 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라흐마니노프와 브람스의 음악적 차이는 분명하지만 둘 다 관객의 마음을 여는 로맨틱한 음악가라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관객들은 따뜻한 것을 넘어서 뜨겁다”며 “관중석의 뜨거운 반응과 에너지는 어떤 아티스트라도 좋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