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가 제 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 공동협의체를 꾸려 상장·폐지와 관련한 공통심사 기준 등을 마련키로 했다. 법·시행령을 통한 규제가 아니라 거래소들의 자율적 공동 대응인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 5곳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간담회에서 이 같은 자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들은 거래지원, 시장감시, 준법감시 등 3개 부문으로 나뉜 공동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공동협의체는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거래소 간 소통 채널로 운영될 예정이다.
거래소들은 루나 사태와 같은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상화폐 입출금 허용 여부, 거래지원 종료 일자 등을 논의해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는 가상자산 상품 광고에 투자 경고 문구를 넣기로 했다. 9월까지는 동일한 상장폐지 기준과 비상사태 대응체계, 가상자산 경보제 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 관련 교육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와 관련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합리적 규제 체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시장 자율규제의 확립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이 루나의 미등록 증권 여부 등을 조사 중인 데 대한 기자들 질문에는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2000억원이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고 가상화폐 불공정 거래를 직접 제재할 수는 없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든 투자는 자기책임 원칙이 우선 적용된다”면서도 “거래소가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