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장 “경찰청, 독립기관 아냐”

입력 2022-06-13 18:34 수정 2022-06-13 21:30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행정안전부가 비대해진 경찰 권력 감시를 명분으로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정치권과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장악’이라는 비판과 ‘경찰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행안부 내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황정근 위원장은 이에 “경찰청은 독립 기관이 아니다”라며 “통제 받지 않는 경찰을 국민이 용납하겠나”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자문위 입장을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경찰이 독립돼 있다’는 말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경찰청은 행안부의 외청이다. 사람들이 외청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추진에 맞서 일각에선 ‘경찰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애초 행안부는 인사권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찰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다.

1980년대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올해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법안 제정으로 경찰 권한이 커진 만큼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경찰이 (법률가인) 검사의 통제를 벗어난 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게 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과거 내무부 장관을 통한 권력의 개입이 문제가 되자 1990년 12월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됐고, 이듬해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경찰청은 외청으로 승격했다.

황 위원장은 “경찰법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문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법 제1조는 ‘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법 제정 정신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행안부 논의를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문위는 최근까지 4차례 진행된 자문회의 내용을 토대로 ‘건의안’ 성격의 초안을 정리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사무를 추가하고 행안부 내 경찰국(치안정책국)을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경찰 통제 방안이 논의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문위 회의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 어떤 내용이 최종안에 담길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자문위 최종안이 나오면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 설정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행안부를 통한 경찰 직접 통제는 정치 권력 개입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도 ‘수사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야당은 “군부독재적 발상이며 반민주주의적 행태”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