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대구를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을 예방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은 지난 6·1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이후 당내 기반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홍 당선인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홍 당선인은) 정치의 선배이시기도 하시고, 또 제가 고민될 때 여러 가지로 조언도 많이 해주시던 분”이라면서 “서로 당선에 대한 축하와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홍 당선인이) 제가 선거사무소 개소식 할 때 축사 영상을 보내줬고, 그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였다”면서 “오늘 대구에서 여러 가지 일정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고 덧붙였다.
10여분 간 공개된 대화에서 홍 당선인은 “당이 힘을 합쳐야 할 정권 초기인데 갑론을박하고 있는 모습이 유감스럽다. 거기에 끼어들지 마시라”고 뼈 있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국민들께서는 누가 무슨 직을 맡는지 뭐가 중요하겠나. 당장 민생문제를 잘 해결할 사람이 그 일을 맡고 해결해달라는 요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부터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안 의원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후 홍 당선인에게 꾸준히 공개 구애를 펼쳤다. 당시 홍 당선인이 2030 세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던 점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가 됐던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안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홍 당선인이 운영하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왜 청년들은 홍준표 의원님을 좋아하고 열광할까요?”라고 물으며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안철수(찰스형) 올림”이라고 적었고, 홍 당선인이 이에 답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번 대구 방문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당협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그는 분당을 지역구 의원에 당선된 이후 선거 과정에 도움을 주고받았던 인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등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3선 의원이지만 국민의힘 진영에는 처음 발을 들인 만큼 구성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지지 기반을 쌓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전날 MBN에 출연해 당권 도전 계획에 대한 질문엔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분들과 서로 어느 정도 친숙해지고 서로 가진 생각들을 공유하고 어떤 점들이 같고 다르고 이런 것들을 제대로 파악을 해야지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게 저한테는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홍 당선인과의 만남에 앞서 대구시로부터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코로나19에 대응에 헌신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의사 출신의 안 의원은 2020년 3월 코로나 1차 대유행의 중심지였던 대구에서 부인과 함께 의료 봉사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