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박지원 ‘대선개입’ 기소 요구…‘제보사주’는 무혐의

입력 2022-06-13 17:09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기소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박 전 원장이 ‘고발 사주’ 사건 제보 과정의 배후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고발 사주’ 배후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 배후설’을 부인하면서 “윤석열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원장이 거론한 ‘윤우진 사건’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현직에 있던 2010∼2011년 세무조사 무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육류업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태국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됐다.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2015년 윤 전 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 대통령이 윤 전 서장과 친분이 깊다는 점 등으로 검찰 수사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그를 불기소 처분했다.

박 전 원장은 공수처의 서면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당시 박 전 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 분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과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다만 국정원법(정치 관여 금지) 및 일부 공직선거법(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등 금지)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장의 직위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인 ‘제보 사주’ 의혹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고발된 조성은 씨와 전직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성명불상자의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어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수사팀은 “박 전 원장이 언론 제보에 관해 조씨와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전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원장과 조씨가 롯데호텔에서 만난 사실은 확인이 되지만 두 사람 모두 공수처 조사에서 언론 제보를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