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뒤, 영수증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주말에 집에서 차려먹을 재료만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5만원이 훌쩍 넘으면서다. 송씨는 “물가가 오르면서 직접 요리해 먹어도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과 지출 차이가 크지 않다. 더 쓰는 경우도 많아서 부담”이라며 “어쩔 수 없이 장을 보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장보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편의점 업계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가격을 낮춘 소용량 채소를 선보이거나 슈퍼마켓의 자체상표(PB) 상품까지 가져오면서 물가 잡기에 나섰다.
CU는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론칭했다고 13일 밝혔다. 마늘, 고추, 대파, 모둠쌈, 양배추, 감자 등 채소 15종을 1끼나 2끼 양으로 소분해 판매한다. 가격은 최저 900원(팽이버섯, 양배추 1/4통)에서 최대 4500원(모둠쌈) 수준이다. 업계 평균가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채소류 전문 유통채널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CU 운영사 BGF리테일이 직접 거래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특히 CU는 2주 간격으로 농산물 시세를 판매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가격 인하가 이뤄진다. 시세가 오르면 매가 인상 폭을 제한해 밥상 물가 안정을 도울 방침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는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싱싱생생은 100g당 가격으로 따지면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마트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GS25는 슈퍼마켓 채널인 GS더프레시와 손을 잡았다. GS더프레시가 운영하는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제품을 판매한다. 리얼프라이스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업체를 발굴해 일반 상품 가격의 70~80% 수준으로 판매하는 초저가 브랜드다.
기존 GS25 취급 상품보다 용량은 2배 이상 많지만 가격은 20%가량 저렴한 휴지, 키친타월, 위생팩, 위생장갑 등을 선보인다. 주로 주택가 상권 내 점포에 도입하고 대상 상품도 점차 늘릴 예정이다.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기획팀 MD는 “물가 안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GS리테일이 보유한 유통 채널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지난해 5월과 비교해 5.4%나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 458개 품목 중 가격 상승률이 10% 이상인 품목도 93개로 20.3%에 달했다. 지난해 5월에는 두자릿수 상승률 품목이 43개에 불과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