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모두 행복하라” 진한 여운 남긴 ‘우리들의 블루스’

입력 2022-06-13 16:52 수정 2022-06-13 16:53
“살다보면 안 재밌을 수도 있지. 오늘처럼 심각해질 수도 있지.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예요? 이런 게 정상이예요. 이런 게 사람 사는거예요, 좋았다 나빴다 그런 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tvN 제공

정준(김우빈)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 영희(정은혜) 때문에 자신과의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멀어지려는 영옥(한지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살면서 어려움을 겪으며, 때로 삶은 재미없고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게 인생이라고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막을 내렸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14.6%(비지상파 유료가구)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지막 회에선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 모자의 이별 이야기가 그려졌다. 평생 엄마에 대한 원망을 품고 산 동석에게 옥동은 자신이 죽으면 장례도 치르지 말라는 말로 사과를 대신했다.

함께 한라산에 다녀온 뒤 옥동을 집에 데려다 준 동석은 “내일 아침에 올테니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했고, 이튿날 아침 옥동은 아들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둔 뒤 숨을 거뒀다. 동석은 옥동을 안고 “평생 미워한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며 오열했다.

옥동이 세상을 떠난 후 푸릉마을 주민들은 운동회를 즐기며 활짝 웃었다. 아픈 사연을 끌어안기도 하고 털어내기도 하며 모두가 삶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9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고향을 찾은 기러기 아빠 한수(차승원)와 억척스럽게 살아온 생선장수 은희(이정은), 고등학생 딸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 아빠 호식(최영준), 우울증으로 이혼하고 남편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선아(신민아) 등 다채로운 인생사가 담겼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tvN 제공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쓴 노희경 작가와 톱스타 군단의 만남으로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입증해 온 배우들은 몇 달간 제주도에서 지내며 제주 사투리를 익히고, 캐릭터 연구를 통해 드라마 속 인물에 숨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온기가 남아있는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극중 인물들은 이웃, 친구, 가족, 연인 등 여러 형태의 관계 속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삶의 난제들을 풀어나갔다.

“태풍처럼 모든 게 지나갈 거야”,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 등 노 작가의 명대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배우 겸 작가 정은혜가 영옥의 언니 영희를 연기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어떤 면에서는 이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각박한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힘과 용기, 위로를 충분히 잘 전달한 작품”이라며 “노 작가가 해 온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인간애, 연대 등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명대사들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냈다”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인해 자칫 몰입이 끊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은희라는 캐릭터가 잘 이어줬다. 배우 김혜자, 이병헌의 모자 연기는 압권이었다”고 평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