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실용주의적 국익 외교를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참석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에 안 가는 게 좋은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원장은 “정상회의이니 (윤 대통령을) 초청했고, 가서 한일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앞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났을 때, 미중 갈등이 있는 이때 과연 어느 한쪽을 자극해서 우리의 경제적 이득이 뭐냐. 나는 국익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힌 뒤 한·중, 한·러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유럽 국가들이 주축인 나토에 한국, 일본 등이 초청된 것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만큼 윤 대통령의 참석이 대중·대러 관계에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전 원장의 이날 발언도 비슷한 취지의 지적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된 분석도 내놨다. 그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곧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제거돼도) 러시아는 살아간다. 우리는 거기에다 팔아야(교역해야) 하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에도 진출해야 한다”며 “굉장히 위험한 얘기지만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 전 원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인도, 중국은 얼마나 이익을 보고 있는가”라며 인도가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함께하면서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인도는 미국과 동맹을 하면서도 장사는 러시아와 하고 있다”며 “인도는 국익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도 현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