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고도 흥분 않더니”…입 연 대구 방화범 변호사

입력 2022-06-13 08:30 수정 2022-06-13 10:07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피의자 천모(53)씨를 담당했던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A변호사는 “천씨가 나에게도 험한 소리를 자주 내뱉었다”며 “천씨의 재판 태도가 불량해 재판부로부터 제지도 많이 당했고 상대방 변호사에게 하듯 나한테도 험한 소리를 많이 했다”고 12일 한국일보에 말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 생각한 뒤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여러 질문에 대답하기 힘든 듯 ‘노코멘트’를 했다.

보도에 따르면 A변호사는 천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다. 사건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10시 대구고법 민사2부에서 진행된 추심금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천씨를 봤다.

보통 선고공판에선 재판부 선고만 내려지기 때문에 변호사는 나서지 않는 것이 관례이나 그날은 천씨가 따로 부탁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천씨는 패소했다.

불이 난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사상자 이송하는 구급대원들. 연합뉴스

A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오전 10시10~20분쯤 헤어졌는데 천씨가 패소 후에도 평소보다 더 흥분한 것 같지는 않았다”고 돌이켰다.

재판 이후 귀가한 천씨는 미리 준비한 휘발유와 흉기 등 범행도구를 챙겨 오전 10시47분쯤 집에서 나왔다. 10시53분쯤 법조빌딩에 도착했고, 곧장 203호 사무실로 향해 방화를 저질러 10시55분쯤 불이 났다.

범행도구를 가지고 집을 나서 방화할 때까지 8분이 걸린 셈이다. 천씨는 판결 전에 이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 천씨 자신까지 모두 7명이 숨지고 같은 건물 입주자 등 50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

범행에 쓰인 인화물질은 휘발유로 확인됐고 현장에서는 피해자 2명을 찌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나왔다. 방화와 흉기 난동은 20여초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