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신화에 따르면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했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악행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난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아서 침대에 누이고는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어 처치했다. 프로크루스테스를 처치한 일은 테세우스의 마지막 모험이 된다.
법은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된다. 특히, 법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이 경우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 하는 제멋대로의 잣대가 아닌 합리적이고 명료한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정부는 어떤 경우에라도 법에 근거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집행해 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정부가 법치주의를 따르지 않고 경우에 따라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 몰라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정정당당한 노력과 경쟁보다는 정치싸움, 줄타기, 꼼수와 눈치싸움에 열을 올리게 된다.
중앙과 지방의 권력이 교체된 지금, 우리 사회는 각자 세운 기준에 맞춰 타의 생각을 부정해 뜯어 고치려 하고 있다. 심지어 서슴없이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횡포가 만연하다. 겉으로는 소통을 외치면서도 실제는 소통과는 담을 쌓고 무소불위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현재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가 15명 정도 된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인지라 앞으로도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서 민변 출신이 3명이었고, 검찰 출신도 3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같은 검찰 편중 인사 우려에 대해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느냐. 선진국,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정부 변호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법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등 법조인을 관료로 기용하는 것이 바로 ‘법치국가’ 아니겠냐는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법치’의 중심은 합리적이고 명료한 기준인 ‘법’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면서 먹고사는 ‘법조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법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관료들이 법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제멋대로 적용하며 ‘법치’를 망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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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