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할지 산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류 봉쇄시도가 잦아지면 완제품 배송부터 원재료 수급까지 흐름이 막힌다. 산업계에 전방위 피해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지난 9일 LS니꼬동과 고려아연 울산공장을 찾아 물류 봉쇄시도에 나섰었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도체 원료 업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화물연대에서 봉쇄시도를 했던 LS니꼬동과 고려아연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는 업체다.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세척에 쓰이는 필수 원료로 꼽힌다. 이들 업체의 발이 묶여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이 투입되면서 별다른 소동 없이 사태는 마무리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류 차질’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반도체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기업들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원재료·제품 배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난이 겹치거나 계절성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제때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당장 여름철 수요가 겹친 가전업계에서는 제품 배송 지연이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경우 화물연대에서 출입 차량을 제한하며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쇼핑몰과 주요 인터넷 쇼핑 사이트 등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배송 지연을 공지하고 있다.
LG전자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제품이 파업 영향으로 항만에 묶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물류망이 정상 가동하고 있는 데다, 미리 재고를 확보해 현재까지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물류가 막히면 국내 배송뿐 아니라 원재료가 들어오는 길이 막히거나, 완제품 수출이 막혀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류 흐름에 민감한 식품업계와 이커머스 업계는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항에서 출발해야 하는 생수시장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의 제품은 하이트진로·OB맥주와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일부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제주항 출입을 막으면서다. 지난 10일 제주항 봉쇄는 풀렸지만, 하루 평균 공급량이 평소의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업이 길어지면 공급 차질은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가게 된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물류센터와 점포 비축물량이 넉넉한 편이라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 반면 점주의 발주에 따라 제품을 공급하는 편의점 업계는 발주 제한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24는 지난 5일부터 진로이즈백, 참이슬후레시, 참이슬오리지널 360㎖ 병 상품을 대상으로 발주 수량을 각각 3박스로 제한했다. 세븐일레븐도 진로와 참이슬 제품 발주 수량을 1박스로 줄였다.
이커머스업계는 항만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택배 지연으로 연결되는 걸 우려한다.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식 자영업자들과 수입품을 취급하는 소상공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소주·맥주 발주 제한으로 매출이 줄어들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수입식품을 유통하는 김모(45)씨는 “수입 제품이 컨테이너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차를 끌고 찾으러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으니 가슴만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문수정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