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으로 입법부를 우회하는 ‘국회 패싱’을 막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검수완박을 넘어 정부완박을 시도하는 민주당의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같은 제목의 글을 올려 “조 의원이 국회의 행정 입법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며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으로 입법부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과 약속을 뒤집고 후반기 원 구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스스로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어 놓고 국회의 통제권을 운운하면 누가 그 진정성을 곧이곧대로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의 국회 패싱을 방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민주당이야말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만 바라보며 민망한 기립표결과 날치기를 반복했다”며 “바로 이것이 국회 프리패스의 전형이다. 민주당은 프리패스의 당사자면서 프리패스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의 주장으로 자신을 반박하고 있다. 이런 코미디는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누리꾼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방대한 트윗을 비꼰 말)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수완박’을 하더니, 지방선거를 패배하자마자 ‘정부완박’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 발목꺾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민주당은 혁신을 외쳤지만, 여전히 오만의 DNA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심판은 그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이처럼 간단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민심의 성난 파도에 둘러싸인 170석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응천 “행정입법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게 오히려 ‘입법완박’”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향해 “삼권분립 원칙을 준수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법안을 두고 ‘정부완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행정입법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이야 말로 ’입법완박’ 아니냐”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행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국회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정부에 권고할 수 있을 뿐”이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할 경우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대통령령은 법률에 종속되고 총리령 및 부령은 법률 및 대통령령에 종속되는 하위법령으로서, 행정입법은 국회가 부여한 위임 범위를 일탈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회 상임위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의 무력화를 방지하고 국회의 상임위 중심주의를 감안한 적절한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