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마라톤 협의도 결렬…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입력 2022-06-12 08:43 수정 2022-06-12 09:56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정부가 11일 가진 3차 교섭이 10시간 넘는 마라톤 협의에도 또다시 결렬됐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12일로 엿새째 접어들면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와 전 차종·품목 확대, 유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 말 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날 교섭에서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교섭안을 제안했지만 화물연대 측은 이미 수개월간 논의해온 만큼 약속이 아닌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이번 교섭을 이해 당사자 간 중재를 위한 실무 교섭으로 명명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노총 측과 정부 측이 교섭 상대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다. 화물연대 측은 “교섭 자체에 대한 부정이자 상호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라면서 “다시 한번 정부와 여당이 책임지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확대를 약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차 교통사고와 과적·과속이 줄고, 화물차주의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모든 차종,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운송사업자와 화주 등 다른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대한 확답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1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한 철강업체 입구에서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 200여명이 회사에 들어가려는 트레일러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총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 참여 인원은 다소 줄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운송거부 사태와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다. 수도권 주요 물류거점의 물동량도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전날 기준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0% 수준인 6600여명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1.7%로, 평시(65.8%)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항과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국지적으로 운송 방해 행위가 있어 평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주요 물류거점들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지난 10일 기준 전월의 10분의 1 수준으로, 인천항은 5분의 1 수준으로 각각 내려앉았다.

부산항도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726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쳐 지난달의 33.6%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업 현장에서는 충돌로 경찰에 체포된 조합원이 43명에 이르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11일 오전 7시까지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조합원 4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10일 오전까지 체포 인원은 30명이었으나 이날 오전 부산 신항삼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경찰 부대원 등을 다치게 해 연행된 6명을 포함해 하루 새 13명이 더 체포됐다. 부상한 경찰관 2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