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진 “정의당, 성폭력 은폐에 2차 가해도…” 폭로

입력 2022-06-11 14:16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 뉴시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가 당내 성폭력 피해 은폐·무마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정의당 지도부가 이를 일부 정정하는 당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준비했지만 6·1 지방선거를 이유로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지역위원장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2차 가해가 계속됐음에도 당 차원의 제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 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입장문 발표가 있고 며칠 후 저는 위 입장문 중 ‘피해자가 당시에는 성추행이 아니라고 했다’는 내용이 허위임을 증명할 수 있는 통화 녹음파일을 발견했고, 이를 대표단 구성원에게 알렸다”며 “그리고 여영국 전 대표 및 배복주 전 부대표와 협의해 기존 입장문에 담긴 사실관계 일부를 바로잡는 정정 입장문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결국 여 전 대표는 해당 입장문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대표단은 ‘정정 입장문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뒤 대표단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이 사퇴했다. 대표단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당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고 그것이 허위임을 알게 된 뒤에도 정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관계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의 입장문은 배복주 전 부대표가 사건 다음날 저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제가 아니라고 답했다는 배 전 부대표의 진술을 근거로 작성된 것이었다”면서 “저는 단 한 차례도 그 사건이 성추행이 아니라 말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강 전 대표는 통화 녹음파일을 그 근거로 “단지 ‘이것은 성추행입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통화에서 사건의 내용과 접촉된 부위를 설명하고 가해자가 따라왔다는 등의 과정을 소상히 이야기했고, 불쾌하고 충격받은 마음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또 배 전 부대표에게 해당 녹취파일을 전달했다며 “그는 자신의 기억이 잘못돼 저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유포된 데 미안함을 표했고, 어떻게든 사실관계를 정정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조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배복주 전 부대표를 통해 내용을 바로잡는 당대표 명의 입장문을 여영국 당시 대표와 합의 하에 작성했다며 메신저 대화 내역을 공개했다. 배 전 부대표가 텔레그램에 전달한 입장문에는 “당시 강 전 대표가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사안을 규정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작성된 당의 입장문이 발표됨으로 인해 강 전 대표가 겪은 2차 피해에 대해 정의당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혀있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가 "공식 지역위원장 소통방의 2차 가해 발언"이라며 11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강 전 대표는 정의당 지역위원장 단체 채팅방에서 2차 가해성 메시지가 반복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첨부된 텔레그램 채팅방 캡처본에는 “강민진은 지저분하게 해당 행위를 하지 말고 떠나십시오” “정말 정치 감각 없는 미숙한 정치인의 어리석은 오판” “청년, 청년, 이제 진저리친다” “강민진의 저 저주스러운 인터뷰 보고 있자니 미치겠네요” “사건이 안되는 내용이라 2차 가해 운운해서도 안 되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지역위원장들의 대화 내용으로 추정된다.

강 전 대표는 “당의 주요 인사들이 저에 대해 ‘저의가 의심된다’ ‘탈당시켜야 한다’는 말을 유포한다는 것이 저에게까지 전달됐고, 심지어 당직자 공식 텔레그램 방에 저를 비하하는 당 간부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게 유의해달라는 지도부의 공지조차 한번 없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는 당 전국위원들을 향해 “저의 성폭력 피해 호소를 이미 지나간 일, 또는 개인이 알아서 해결할 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며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는 당의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의당은 오는 12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지방선거 참패 후 총사퇴한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