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SNS 행보에 그의 지지자는 물론 비판층의 이목이 연일 집중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퇴임 후 이달 9일까지 트위터에 15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15개 중 3개는 비서실이, 나머지 12개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올린 것으로 보인다. 퇴임 후 이틀에 한 번꼴이다. 페이스북에는 같은 기간 13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가장 최근 게시물은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을 소개한 지난 9일 글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도발적 제목에 매우 논쟁적이다.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니다”면서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 언론이 전하는 게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고 했다.
이 글에는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면서?”라는 댓글이 달려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이 댓글은 수십 개의 공감을 얻었는데, 그 아래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다른 누리꾼들은 “그러니 그냥 내버려두라” “현직 대통령일 때는 공직자니 민심으로 수용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민간인 신분이다”라며 비판 댓글을 달았다. “당신들한테 잊히고 싶은 거니 굳이 찾아와 해코지하지 말라” “팔로우를 끊으라”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SNS를 통해 가마불 앞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주민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밀짚모자를 쓴 채 텃밭을 가꾸는 모습, 서재를 정리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을 공유해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메시지를 낸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 ‘확성기’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15일 “집에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하다”며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의 SNS 활동과 무관하게 그를 만난 정치인들을 통한 간접 메시지 전달은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평산마을 사저에서 만난 뒤 “문 전 대통령께서 ‘나라가 어려우니까 여야가 잘해야 된다 특히 민주당이 좀 잘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선거에 패배하고도 계속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많은 염려를 했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0일 사저 방문 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최근의 어려움을 딛고 어르신 등 지지 계층의 외연을 확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현직 시절인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 3월 말에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평산마을에 와서는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정말 기대된다”며 “저는 이제 완전히 해방됐습니다. 자유인입니다”라고 퇴임 이후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