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한 오찬 석상에서 대통령실 명칭 공모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새 명칭으로 올라온 최종 후보는 각각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이다.
그러던 중 한 참석자는 우스갯소리로 “‘용궁’이 어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궁’이 들어가면 다 중국집 이름 같다”고 맞받았고, 이에 참석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도어스테핑’ 호평에 “내 기사는 못 본다”
이날 오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즉답하는 것을 두고 ‘백악관 스타일’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기자 출신의 조수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두고 “미국 백악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30분씩 대신 하던 것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와서는 대통령이 직접 한다”며 “기자들도 좋아하고 기사 가치도 높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로 나온다”고 호평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뉴스나 시사적인 내용을 자주 챙겨 보면서 도어스테핑 준비를 한다”면서도 “바빠서 내가 나오는 뉴스는 잘 못 본다”며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출근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그러자 윤 대통령도 '시위를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 “靑 미리 봤으면 안 나와”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2일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안을 둘러보면서 나눈 대화도 소개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실과 집무실 등을 살펴본 뒤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윤 대통령이 “속으로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웃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 그대로 사니까 김 여사가 영부인 된 기분이 나겠나”라고 농담을 던졌고, 좌중은 함께 웃었다.
전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대표와 덕담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얼굴이 많이 타셨네”라고 했고, 이 대표는 “선거 때 탔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묻자 이 대표는 “내부 정치적 상황이 있다. 그래서 종전을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는 것 같다”며 “반대로 절박하니까 저희한테 아쉬운 소리 하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고, 자유라든가 이런 것을 강조하시고 해서 굉장히 기대치가 많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최고위원단 등 9명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윤핵관’과 관련한 당내 여러 갈등 상황 등 당 안팎의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당 지도부와 식사를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6·1 지방선거 이후 8일 만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