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궁’ 어때요”에 尹 “중국집 같은데?”

입력 2022-06-11 06:4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한 오찬 석상에서 대통령실 명칭 공모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새 명칭으로 올라온 최종 후보는 각각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이다.

그러던 중 한 참석자는 우스갯소리로 “‘용궁’이 어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궁’이 들어가면 다 중국집 이름 같다”고 맞받았고, 이에 참석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도어스테핑’ 호평에 “내 기사는 못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이진복 정무수석. 연합뉴스

이날 오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즉답하는 것을 두고 ‘백악관 스타일’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기자 출신의 조수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두고 “미국 백악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30분씩 대신 하던 것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와서는 대통령이 직접 한다”며 “기자들도 좋아하고 기사 가치도 높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로 나온다”고 호평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뉴스나 시사적인 내용을 자주 챙겨 보면서 도어스테핑 준비를 한다”면서도 “바빠서 내가 나오는 뉴스는 잘 못 본다”며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한기호 사무총장,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출근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그러자 윤 대통령도 '시위를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 “靑 미리 봤으면 안 나와”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2일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안을 둘러보면서 나눈 대화도 소개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실과 집무실 등을 살펴본 뒤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속으로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웃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 그대로 사니까 김 여사가 영부인 된 기분이 나겠나”라고 농담을 던졌고, 좌중은 함께 웃었다.

전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대표와 덕담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얼굴이 많이 타셨네”라고 했고, 이 대표는 “선거 때 탔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묻자 이 대표는 “내부 정치적 상황이 있다. 그래서 종전을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는 것 같다”며 “반대로 절박하니까 저희한테 아쉬운 소리 하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고, 자유라든가 이런 것을 강조하시고 해서 굉장히 기대치가 많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최고위원단 등 9명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윤핵관’과 관련한 당내 여러 갈등 상황 등 당 안팎의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당 지도부와 식사를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6·1 지방선거 이후 8일 만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