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측에 “당내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국회부의장) 간의 공개 설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 셈이다.
연합뉴스는 10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오찬 전날인 지난 9일 이 대표 측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과 통화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비서실장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내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정 의원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 비서실장이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 대표에게 전하면서 “정 의원과의 확전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자, 이 대표는 “나는 안 때리면 반격을 안 하는 사람이다. 가만히 있으면 (해소)된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와 정 의원은 당 혁신위원회 운영 방향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여왔다.
전날부터 이 대표를 비판하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이라 적힌 액자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의 공격을 비판하면서 더 이상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소이부답을 소이부답 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앞서 이 대표와 정 의원은 SNS를 통해 공개 설전을 벌였다. 정 의원이 먼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당 혁신위원회 출범, 지방선거 관리 등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저격에 나섰다. 이후 이 대표도 날 선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한다”며 거칠게 반응했고, 이 대표는 정 의원을 겨냥해 “추태에 가깝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