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디지털 은화’ 라이트코인의 몰락… 한국서 퇴출

입력 2022-06-10 16:55
골드바와 암호화폐 동전 모형. 가장 위에 라이트코인을 형상화한 동전 모형이 놓여 있다. 픽사베이 제공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서 한때 ‘디지털 은화’로 평가됐던 라이트코인이 한국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업데이트에서 익명 전송 기능을 도입해 ‘다크코인’으로 분류된 탓이다.

라이트코인은 10일 오후 4시30분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2.22% 하락한 60.09달러(약 7만6000원)를 가리키고 있다. 1주 전과 비교한 하락률은 6.49%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1주 전 대비 하락률은 1.5% 안팎이다. 라이트코인의 낙폭은 다른 가상화폐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 매매되는 국내 거래소에서도 라이트코인의 가치에 프리미엄은 붙지 않았다.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라이트코인은 7만6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라이트코인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같은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퇴출이 예정돼 있다. 입출금 기록을 식별할 수 없어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는 가상화폐, 이른바 ‘다크코인’을 취급할 수 없도록 국내에서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저촉됐기 때문이다.

라이트코인재단은 지난달 업데이트에서 입출금자의 지갑 주소와 송금 개수를 공개하지 않는 ‘밈블웜블’ 기능을 추가했다. ‘밈블웜블’은 영국 소설가 조엔 롤링의 판타지 시리즈 ‘해리포터’에서 특정 단어를 말할 수 없도록 거는 주문의 이름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익명성을 특화한 기능을 ‘밈블웜블’이라고 부른다.

라이트코인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 찰리 리가 2011년 비트코인의 오픈소스 일부를 기반으로 설계한 블록체인의 보상체계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평가하던 가상화폐 시장에서 라이트코인은 ‘디지털 은화’의 지위를 얻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 시장을 선도할 2인자로 평가되면서다.

이후 이더리움처럼 호환성 높은 가상화폐가 시장을 선도했고, 일부 투기성 코인이 등장하면서 라이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는 갈수록 떨어졌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의 급등장에서 한때 400달러(약 50만원) 턱밑까지 상승했던 라이트코인의 가치는 올해 세계 자산 시장의 유동성 축소와 ‘큰손’으로 평가되는 한국에서 퇴출로 6분의 1 토막 수준까지 하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