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체 “여성 할당제 없앤 윤석열정부, 성평등 진전 볼지 의문”

입력 2022-06-11 00:02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지훈 기자

미국 언론이 윤석열정부가 공직자 여성 할당제를 없앤 것은 그동안 진전돼 온 우리 사회의 성평등이 후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9일(현지시간) ‘한국의 성평등과 관련한 실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공직자 여성 할당제와 관련한 문제를 조명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여성 장관 비율 30%’ 방침을 내세우며 명시적인 여성 공직자 할당제를 운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문재인정부의 여성 할당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능력에 따라 공직자를 인선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처음 발표한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다시 3명의 여성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발표했다.

디플로맷은 한국 정부가 명시적인 여성 할당제를 없애면 성평등 목표 달성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할당제가 그동안 여성의 공직 진출을 가로막아 온 사회의 편견과 구조적 장벽을 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이 매체는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공직 후보자의 정치 경험이나 배경 등에 대한 검증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혹독한 잣대를 적용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구조적인 성적 편견을 염두에 두지 않는 한 남녀 후보가 능력이 같아도 남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여성 할당제에 대해 역차별 논란이 일었지만, 지난 정권 공직에 진출한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각종 사회 복지 지표도 향상됐다고 디플로맷은 주장했다. 정부의 자녀 양육비 지원 대폭 증가와 한부모 가정에 대한 보조금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매체는 공적 영역에서 향상된 성평등은 민간 영역으로도 낙수효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남성이 사용한 육아휴직 비율은 2009년에서 2019년까지 1.4%에서 21.2%로 대폭 증가했다. 한국의 남성과 여성의 급여 차이도 2017년 34.6%에서 작년 31.5%로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다고 디플로맷은 설명했다.

디플로맷은 이와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사회는 성평등을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크고, 정규직보다 구조적인 차별을 많이 겪는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는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디플로맷은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디플로맷은 정부가 명시적인 여성 할당제를 없앤 것은 일종의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