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용산기지로 사용됐던 서울 용산공원이 10일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시범 개방됐다.
사전예약 후 방문한 시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거나 건물들을 둘러봤다.
시범 개방된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 구간이다.
현재까지 주한미군이 반환한 용산기지 부지(63만4000) 중 약 16%인 10만㎡에 해당한다. 그동안 주한미군 가족과 학생들이 일상생활을 하던 학교와 숙소 등이 위치한 곳이다.
용산공원 시범개방은 사전 예약한 사람만 관람할 수 있으며 한 회차당 500명씩 매일 2500명에게만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한 번 공원에 입장하면 2시간 동안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첫 개방일인 이날 오전 11시에 개방한 것 외에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13일까지는 예약이 꽉 찼고, 14일 예약률도 84%에 이른다.
개방된 구역에서 50년 전 미군들이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던 야구장 등 스포츠필드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대통령실 남측 구역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 만들어진 ‘카페거리’와 스포츠필드에 마련된 푸드트럭을 통해 관람 중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용산공원은 120년간 일제강점기 및 미군 주둔을 통해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시민들은 이번 시범개방을 통해 1950년대 옛 미국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됐다.
1950년대 미군 생활 양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굴뚝이나 벽난로 등도 보존돼 있어 관람객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전망대 앞에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 정원’도 용산공원 관람의 인기 장소로 꼽힌다. 이날 태극기 문양의 바람개비 앞에서 많은 관람객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뜰에 있는 경비 로봇과 국민의 의견을 공원 조성에 반영하겠다며 설치한 ‘경청우체국’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대통령 집무실 앞뜰까지 가서 헬기와 특수 차량 등 경호 장비도 관람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 앞뜰은 15분씩 40명에게만 선착순으로 관람 기회가 주어진다.
개방 첫날인 이날은 신용산역 인근에 있는 출입문에서부터 첫 관람객들을 환영하는 군악대·의장대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단체들의 시위도 열렸다.
환경단체들은 땅과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상태에서 정화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성급하게 개방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관람을 오시는 국민 여러분께서는 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이라며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는 부분을 가급적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高) 오염된 곳은 동선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9월에도 용산공원 임시 개방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