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절 펑펑 울리네요” 우체국 직원의 센스

입력 2022-06-12 00:05

한 50대 남성에게 보낸 우체국의 친절한 답장이 화제입니다.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 감동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가 충남 태안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를 부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본인을 57세의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태안 화력발전소에 정비 공사를 하러 충남 태안에 올라온 지 한 달이 지났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A씨는 “객지를 떠도는 직업이라 몇 년 전 암 수술받은 집사람 곁을 늘 떠나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내의 생일에도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편지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A씨는 편지를 부치기 위해 네비게이션에 ‘우체국’을 검색했고 가장 가까운 우체국인 태안 이원 우체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는 시골에서는 아내에게 편지 한 통 보내기도 무척 어려웠다고 합니다. 일요일이라 우표를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고 우체국은 닫혀 있었죠. 우표가 없던 A씨가 아내에게 편지를 무사히 전할 수 있었을까요?
A씨가 우체통에 우표값과 넣은 메모 사진과 우체국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그는 기지를 발휘해 차를 뒤져 종이 한 장을 찾았고 우표를 사서 접수를 부탁한다는 메모를 쓴 뒤 1000원을 동봉해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자신의 메모를 확인할 누군가에게 우표를 살 수 없던 사정에 대한 설명과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인사도 남겼죠.

3일 뒤, A씨는 우체국에 전화해 자신의 편지가 접수되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의 일 처리는 무사히 편지를 접수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체국 담당 직원이 A씨에게 우편 한 통을 보낸 것인데요. 퇴근하고 숙소에 온 A씨는 우편을 보고 순간 ‘뭐지? 반송됐나’하며 봉투를 열어봤습니다.
A씨가 우체국으로부터 받은 잔돈과 메모. 보배드림

봉투 안에는 우푯값 430원을 뺀 잔돈 570원과 우표를 구매한 영수증 그리고 A 씨가 쓴 메모가 담겨 있었죠. 뜻밖의 답장을 받은 그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겐 정말 눈물이 왈칵 나올 만큼 큰 감동이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아내와 연애하던 1992년도에는 편지를 많이 썼다는 A 씨는 그 이후 처음으로 편지를 쓴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덕분에 30년 만에 처음 느끼는 감동이라며 “객지 생활하면서 피폐해진 마음이 확 풀어졌다”라고 적었습니다. “너무 고맙게 일 처리를 해준 태안 이원 우체국 직원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며 태안 이원 우체국을 칭찬해달라고 글의 취지와 목적을 밝혔죠.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가슴이 참 따뜻한 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당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에서 A씨의 글은 2000개가 넘는 추천 수를 기록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에게 감동을 준 해당 직원에게 선행유공을 포상하고 격려했습니다. 센스있는 일 처리로 상을 받은 직원은 “일요일이어서 우표를 붙이지 못한 채로 우체통에 넣은 편지를 보고 소중한 사연이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보내드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일을 잘하는 기준이 꼭 원칙적인 일 처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우체국 직원이 그저 자신의 업무를 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일 처리가 아닌 ‘친절한’ 일 처리가 가능하게 한 것은 한 통의 우편 전달 그 이상이겠죠?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