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노조, 연장·휴일근로 거부…대법 “무죄”

입력 2022-06-10 14:42
대법원 모습. 뉴시스

방위산업체 노동자가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행위를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합 전 현대로템지회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김 전 지회장 등 현대로템지회 쟁의대책위원회는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41회에 걸쳐 쟁의 행위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동조합법은 주요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 중 방산물자 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분파업 26회, 연장근로 거부 12회, 휴일근로 거부 3회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노조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보고 김 전 지회장 등 조합원 5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물손괴 혐의가 추가로 적용된 한 간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연장·휴일근로 거부는 쟁의행위이며 노조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상이 길어지자 행동지침을 통해 연장근로 거부를 촉구했다”며 “이와 같은 행동지침이 없었을때에는 연장근로 내지 휴일근로에 참여하는 비율이 70~80%에 이르렀는바 업무 관행에 따라 연장근로가 이뤄져 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 형이 일부 감경됐지만, 연장·휴일근로 거부를 쟁의행위로 본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선 일정한 날을 연장근로일 또는 휴일근로일로 미리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중간관리자를 통해 신청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로·휴일근로를 실시했다”며 “지회의 사전 동의를 얻고 필요시 신청을 받아 연장·휴일근로를 실시해 왔을 뿐 일정한 날에 연장·휴일근로를 관행적으로 해 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통상적인 연장·휴일근로를 집단 거부한게 아니기 때문에 쟁의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연장·휴일근로 거부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상이나 취업규칙 내용, 연장근로에 대한 근로자들의 동의방식 등 여러 관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부분 파업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 등 나머지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장·휴일근로가 통상적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거부가 기업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한다고 평가할 순 없다고 선언한 최초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