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트윗 열었지만… “테라 2.0 발뺌하나” 또 논란

입력 2022-06-10 12:02 수정 2022-06-10 12:22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 파이낸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 영상 캡처

한국산 암호화폐(가상화폐) 테라·루나 개발사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씨가 최근 불거진 잠적설을 의식한 듯 비공개로 전환했던 트위터 계정을 다시 열었다. 테라·루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새롭게 구축한 테라 2.0 블록체인의 가상화폐도 급락했지만, 권씨는 “테라폼랩스가 주도하지 않는다”고 트위터에 적어 새로운 논란을 불러왔다.

권씨는 지난 9일 밤 11시49분(한국시간) 테라 2.0에 대한 입장을 7건의 트윗으로 나눠 작성했다. 비공개로 가려졌던 이 트윗은 10일 오전 권씨의 계정이 공개로 전환되면서 노출됐다. 권씨는 “언론과 소통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잘못 알려진 정보와 허위 사실도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권씨는 새롭게 구축한 테라 2.0 블록체인의 보상체계로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의 가치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블록체인은 지난달 폭락한 테라USD·루나의 후속으로 개발됐다. 새롭게 발행한 가상화폐에 테라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 전작은 ‘테라 클래식’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전작인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했다. 채권이나 어음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다르게 테라폼랩스에서 발행된 네이티브 토큰 루나에 연계하는 식으로 가격 고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달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 붕괴로 가치가 급락했다. 한때 10만원을 웃돌았던 루나의 가격은 1원 밑으로 떨어져 사실상 가치를 부여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폼랩스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지난 9일 “SEC가 테라 클래식의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SEC의 법률 담당자들은 테라폼랩스가 증권 및 투자 상품과 관련한 규정을 어겼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씨는 테라 2.0을 통해 자사 블록체인 생태계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새롭게 발행된 테라는 지난달 28일 바이낸스를 포함한 해외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됐다. 테라 클래식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투자자와 단타 매매를 시도한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테라는 한때 19.5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가상화폐 대부분의 거래소 상장 당일과 다르지 않게 테라 가치는 하루 만에 4달러 선까지 수직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10달러 위로 잠시 반등했지만 다시 4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테라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3.2달러(약 4045원)를 가리키고 있다. 상장 2주 만에 고점 대비 낙폭이 83% 이상으로 벌어졌다. 국내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았다.

새롭게 출범한 테라 2.0을 놓고 블록체인 업계와 투자자들은 또 한 번의 실패를 예상하고 있다. 새롭게 발행된 테라의 가치는 변동성 강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다시 상승할 수 있지만, 언제든 투매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권씨가 이번 주 내내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자 투자자들은 “잠적한 게 아니냐”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가 지난 9일 밤 11시49분(한국시간) 트위터에 7건으로 나눠 작성한 테라 2.0 관련 입장에서 6번째 트윗. 권씨는 “테라폼랩스가 테라 2.0을 계속 지원하고 구축하려 하지만, 그것이 ‘테라폼랩스 주도(TFL-led)’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적었다. 권도형씨 트위터

권씨는 이날 트위터 계정을 공개했지만, 발언 중 일부가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권씨는 “테라폼랩스가 테라 2.0을 계속 지원하고 구축하려 하지만, 그것이 ‘테라폼랩스 주도’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에어드롭 분배에서 손을 뗐다. 불안정한 방식이지만 모든 의사 결정은 커뮤니티 집단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를 놓고 일부 투자자들은 “테라 2.0에서 발뺌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SNS의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블록체인에서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발언을 삼가라”고 권씨의 트윗을 지적했다.

권씨는 “커뮤니티가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고 있다. 나는 테라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의 계속된 열정과 독창성에 여전히 흥분하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 건설하도록 두자”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