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인사 편중’ 논란에 대해 “정부 여러 요직, 전부 다 검사 출신으로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과유불급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야권 원로로서 퇴임 후 2년 만에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박 전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혁명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도, 전두환 대통령도 금융, 재정 면에는 군을 안 썼다. 이건 전문성이 있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고려대 라인을 갖다가 경험 없는 사람들을 KB 회장 시키고 해서 망했지 않느냐. 이거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 관련 부처 수장에 검사 출신 인사를 기용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 극우단체 시위 제지에 대해 ‘용산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한다’고 답한 것에 대해선 “법대로 한다니,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죄짓고 감옥 가 있는 전직 대통령도 사면하겠다고 하면서 조용히 살겠다는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을 겨냥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전 원장은 “이제 혐오, 증오 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그래서 법대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께서 역지사지해서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해 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 한 달 평가와 관련해선 “신선한 점이 많다. 즉흥적으로 맛집도 다니고 출근하시면서 국회 기자들에게 얘기도 하고 이런 건 좋다”면서도 “인사가 굉장히 염려할 정도로 잘못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 16일 만에 국세청, 경찰, 검찰, 군, 국정원 등 5대 권력기관의 인사들을 완전히 개편해 버렸다”며 “경찰청장은 후임 경찰청장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면담으로 결정을 하고,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협의하게 돼 있는데 총장이 없는 공석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그래도 군이 정치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데 임기가 보장된 대장들 7명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줄줄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언론과 질의응답을 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전 원장은 “매일 아침 대통령께서 출근하시면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 얼마나 신선하고 좋으냐”면서도 “그렇지만 거기에서 자꾸 말실수가 나오더라. 대통령의 말씀은 한 번 나오면 그만”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책으로 국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역시 대통령 말씀은 참모들로부터 정제된 얘기를 하셔야 하고 가급적 써가지고 나와서 읽는 것도 그러한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며 “정제돼서 신중하게 하실 필요가 있지, 앞으로 두고 보라. 반드시 거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