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재직 중 임기 말에 본인의 정치자금을 모두 털어 보좌진의 격려금이나 동료 의원의 후원금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후보자가 의원 시절 사용하던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통상 남은 정치자금은 국고로 귀속되는데 임기 종료 후 김 후보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잔액은 0원이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고영인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보면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 시절 임기 종료 직전인 2020년 4~5월 정치자금 약 3500만원을 썼다.
김 후보자는 같은 해 3월 공천에서 탈락해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고, 당시 의원 임기는 그해 5월 29일까지였다. 김 후보자는 임기 종료 1주일 전인 5월 22일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 7명에게 50만∼100만원씩 입법지원 격려금을 지급했다. 임기 종료일인 5월 29일에는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에게 각각 80만원과 1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총선 출마가 불발된 4월에는 같은 당 동료 의원인 전희경·임이자·김학용·정우택 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100만원씩 총 400만원을 지출했다. 임기 마지막 달인 5월에는 간담회를 30여 차례나 했다.
최 의원은 “부동산 탈세부터 렌터카 차량 인수 시 정치자금 부정 사용까지 부적절한 문제들이 지속해서 드러나고 있다”며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췄는지 의문스럽다. 향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해당 기사에서 보도된 취지로 정치자금을 집행한 바가 없다”며 “정치자금의 집행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자금 사용 지침과 사례들에 따라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 후보자가 정치자금 약 1800만원으로 업무용 렌터카를 개인용으로 매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치자금으로 렌터카를 도색했다는 이미 알려진 내용에 더해 정치자금으로 해당 렌터카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된 것이다.
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이 선관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7년 2월 업무용 차량으로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을 빌리며 정치자금에서 1857만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36개월 후 해당 차량을 인수하는 것으로 돼 있고, 김 후보자는 렌터카 계약 만료 시점인 2020년 3월 정치자금 352만원을 내고 해당 차량을 도색한 뒤 같은 해 5월 이를 인수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당시 후보자의 장기 렌트 차량은 잦은 경미한 사고로 외관이 좋지 않아 전체 도색이 필요했고, 렌트 차량 계약 만료 시점에 임대차 계약서 약관상 원상복구 의무에 따라 도색 작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치자금으로 렌터카를 매입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사청문준비단은 “당시 의원실 회계담당자가 임대차계약서상 ‘인수시 보증금이 감가상각으로 0원이 된다’는 문구를 보증금이 소멸된다는 의미로 이해해 실무적 착오가 있었다”며 “후보자는 최근 선관위에 문의 후 잘못 지출처리된 정치자금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 회계처리에 세심한 주의가 부족했다. 조금 더 면밀하게 계약 내용을 챙기지 못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101세인 김 후보자의 어머니가 토지 보상비를 노리고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있는 컨테이너 가건물에 위장전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9일 김 후보자 어머니 한모씨의 주민등록등본 등을 토대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 왕숙지구에 있는 한 컨테이너 가건물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입신고 이후 두 달 뒤 이곳은 3기 신도시 지구계획 승인을 받았다. 주거용 건축물에 실제 거주하는 경우에는 토지보상 외에도 주거이전비 등을 추가로 보상받을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