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라서”… 이재용 ‘취업제한 위반’ 무혐의 이유

입력 2022-06-10 05:58 수정 2022-06-10 07:30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여를 받지 않아 취업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 상태에서 해외출장 등 경영 행보를 이어간 것은 ‘취업제한 규정 위반’이라는 시민단체 고발에 대해 경찰이 이와 같은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가석방된 이후 해외 출장 등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을 불송치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회삿돈 86억여원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삼성전자에 취업했다며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특경가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같은 해 8월 가석방됐다.

경찰은 이 부회장의 급여 내역과 삼성전자 회의 주재 현황 등을 검토한 뒤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두 차례 고발된 건을 병합해 수사했다”며 “이 부회장이 급여를 받지 않아 취업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8월 경찰 판단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몇 년째 무보수고요, 두 번째로 비상임이다. 세 번째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 등에서 취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부회장과 함께 고발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수사도 중지했다. 박 회장은 변제 능력을 적절하게 심사하지 않고 아들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혐의로 2018년 1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집행유예 기간인 이듬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하지 않자 박 회장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9일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제한 기간에 집행유예 기간을 포함하도록 해석할 수는 없다”며 박 회장 주장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법무부가 해당 판결에 상고하면서 관련 수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