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또 “정진석, 추태 가깝다”… 지도부 “그만 좀”

입력 2022-06-10 05:36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 소속 의원, 최고위원, 당 대표를 저격해가면서 자기 입지를 세우려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어른일 수 있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같은 당 정진석 의원(국회부의장)을 이처럼 직격했다. 앞서 당 지도부가 이날 공개적으로 이 대표와 정 의원 측에 자제를 요청했지만, 내홍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앞서 정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 등을 공개 비판한 것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애초 정진석 부의장이 적시한 내용 그 자체가 허위”라고 했다. 그는 “저희 방문단은 외교부 실무자들이 다수 동행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 측이나 대통령실 상의 없이 갈 수 없는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나 할 법한 얘기를 대한민국 국회 부의장이 말한 건 악의가 있거나 아니면 굉장히 정보에 어두운 상황이었거나 둘 중 하나”라며 “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했다.

정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겨냥해 ‘대통령실과 정부가 탐탁지 않아 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이어 이 대표는 ‘추태’라는 단어도 입에 올렸다. 그는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혁신위를 한다고 했고, 그에 대한 국민 평가도 좋은 상황에서 혁신위원장에 선임된, 공명정대하기로 이름난 최재형을 소위 이준석계로 몰아붙이며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적어도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정 의원)이 해서는 안 될 추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의 의도적으로 이 같은 분란을 일으켰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하필이면 제가 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공격적인 언사로 당대표에 대해서 공격 시도한 이유가 뭔지는 아마 보시는 국민들이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당내 어른이라고 하면 전후관계를 파악하고 내지를 수 있는 것인데, 이건 그런 의도나 어떤 진정성보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분란을 일으키자는 목적이 강해 보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년 임기 동안 이런 일이 누차 있었다. 꼭 정 의원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다들 지금 상황에서 자기 정치를 안 했으면 한다”며 “자기 정치를 왜 그렇게 하면서 티 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고, 또 언론에서 이를 당권싸움으로 절대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 의원은 당권주자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대표도, 정 부의장도 그만하셨으면 좋겠다”며 “여기 계신 분들도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지난 6일부터 사흘 연속 이 대표와 설전을 벌였지만, 이날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말한 이후에는 SNS상에 이 대표와 관련한 추가 발언을 올리지 않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