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 왜 문화관광축제에서 배제돼 있을까

입력 2022-06-10 06:00 수정 2022-06-10 10:46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인 신통대길 길놀이가 4일 저녁 강릉단오장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강릉단오제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난장을 비롯해 문화재 공연 등 11개 분야 51개 프로그램이 지난달 30일부터 8일간 풍성하게 펼쳐졌다.

축제 기간에 6·1지방선거와 현충일이 낀 덕분에 팬데믹 이전보다 많은 50만여 명이 강릉단오제를 방문했다. 주차장 부족과 비싼 음식값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올해 강릉단오제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이를 위해 강릉단오제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에 포함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96년부터 지역축제 중 우수한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강릉단오제는 정확한 이유 없이 그동안 배제돼 국고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음력 5월 5일을 가리키는 단오(端午)는 모내기를 끝낸 뒤 서낭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설, 한식 그리고 추석과 함께 우리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조선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마을 축제인 단오제가 열리곤 했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와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경사회의 전통인 단오제는 대부분 사라졌다. 이에 비해 강릉단오제는 6.25 한국전쟁 등 수많은 역사적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영동 지역 주민을 하나로 묶는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

강릉단오제에서 선보이는 관노가면극의 공연 장면. 관노가면극은 춤과 동작을 위주로 한 국내 유일의 무언 가면극이다. 강릉단오제 페이스북

강릉단오제는 흔히 단옷날 안팎 강릉 남대천 변에서 열리는 대규모 난장과 함께 단오굿, 관노가면극 등의 행사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오제에 사용할 신주(神酒)를 한 달 전 빚는 데서 시작한다. 과거 강릉 지역 백성들이 신주미(神酒米)를 십시일반으로 모으는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강릉시 21개 읍면동 주민센터와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 등에 쌀 3㎏을 봉투에 담아서 제출하게 되어 있다. 신주미 봉정 참가자는 강릉단오제 기간 신주 1병을 받을 수 있는데, 여전히 많은 강릉 주민들이 신주미를 내고 있다.

음력 4월 15일 사람들이 대관령에 가서 산신제를 올린 뒤 신목(神木)과 서낭을 강릉 시내에 모시고 돌아오는 것으로 강릉단오제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조선 시대 지배계층의 종교인 유교와 서민층의 종교인 굿이 함께 어우러진 강릉단오제는 유교의례에 따라 산신제와 송신제 등을 치르며,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단오굿을 비롯해 많은 굿이 행해진다. 그리고 단옷날 앞뒤로 굿과 함께 관노가면극, 학산오독떼기, 줄다리기, 그네, 씨름 등 다양한 공연과 놀이가 펼쳐진다. 특히 21개 읍면동의 주민 수천 명 참가해서 퍼포먼스를 벌이며 행진하고 주민과 관광객 수만 명이 연도에서 관람하는 신통대길 길놀이는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로 국내 축제에서는 보기 힘든 ‘거리 행진’이다.

강릉단오제는 올해 전승되던 굿과 공연 외에 단오굿을 모티브로 한 ‘오말명’, 관노가면극를 새롭게 해석한 ‘시딱이놀다’를 선보이는 한편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수궁가, 창작국악 그룹 불세출, 퓨전국악그룹 비단 등 전통을 기반으로 한 공연도 준비했다. 다만 이들 프로그램이 강릉단오제를 찾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가 열리고 있는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이 지난 4일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단오제에서 또 하나 특별한 것은 대규모 난장이다. 정기적인 시장이 아니라 임시로 열린 시장을 뜻하는 난장은 강릉단오제의 규모가 확대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릉단오제 난장은 각종 놀거리와 먹을거리, 품바 공연으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난장이 워낙 큰 탓인지 강릉단오제를 무형문화재로 만든 굿 등은 사람들의 관심도에서 밀리는 편이다.

김동찬 강릉단오제 조직위원장은 “강릉단오제는 지역공동체의 참여라는 면에서 국내 다른 축제와 비교하기 어렵다. 강릉시 21개 읍면동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쌀로 신주를 만들고 길놀이에 참여하는 것은 강릉단오제의 자랑이다”면서 “다만 강릉단오제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도 굿과 전통 공연 등이 현대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