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를 집중 육성하라는 ‘특명’을 내리자 교육부가 연일 대학 사회를 들썩이게 할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 논리에 줄곧 막혀왔던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기로 하고, 이에 반발하는 지역 국립대에는 국립대학법 제정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반도체산업지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해 첨단 분야 인재양성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주문하고 범정부적 지원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첨단산업을 세계 최고로 키우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재 양성 전략이 핵심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가장 중요한 부처가 교육부라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 굉장히 어려운 일로 교육부가 거대한 멍에를 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단독으로 (타 부처를 움직일)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라는 지적에 한 총리는 “그렇다. 그 수단을 밀어주겠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고 필요하면 총리도 개입 하겠다”라며 교육부에 힘을 실었다. 앞서 국정 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는 “교육부와 산업부, 경제부총리, 과기정통부, 국토부 5개 부처가 원팀으로 인재 양성 방안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단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학과 증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발언을 지방대나 인문·사회계열 등의 반발에 흔들리지 말고 첨단분야 인재 양성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대의 학생 충원은 더욱 어려워지고, ‘지방대 살리기’라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와도 상충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례로 교육부는 지방대에 국고 지원 및 자율성 확대를 약속했다. 장 차관은 이날 오후 창원대에서 열린 ‘2022 제2차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가칭 국립대학법 제정을 통해 국립대학의 역할 강화와 자율성 확보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국립대들이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한 안으로, 지역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여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도 ‘고용노동 분야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반도체 등 전략산업, 신기술 등과 관련해 비합리적 절차·규율 방식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 (특위에서) 반도체 사업 등 4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덩어리 규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는 등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 개선책도 신속히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14일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불러 ‘반도체 특강’을 듣기로 했다.
세종=이도경 교육전문기자, 박상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