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살인 유족 “데이트 폭력 운운은 물타기 목적”

입력 2022-06-09 17:5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1월 18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카의 살인사건을 두고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유족 측이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을 호도하고 물타기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재판장 이유형)는 9일 유족 A씨가 이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의원 측은 참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A씨 측 변호인만 참석한 채 변론을 진행했다.

A씨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데이트 폭력 발언은 대통령 후보로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 물타기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의 데이트 폭력 언급은 대선 국면이던 지난해 11월 그가 조카의 2006년 살인 범죄를 변호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나왔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가족 중 한 명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며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제가 변론을 맡았다”고 썼다.

이 변호사는 “사건 후 16년이 흐를 동안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조카의 친삼촌으로서 사과 한 마디 없었다는 점에 대해 유족은 손해배상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이 의원의 진심 어린 직접 사과를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이 지난 7일 법원 제출 서면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대리인을 통한 형식적 사과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A씨 측은 이 의원이 조카 사건 변론 당시 허위 사실을 법정에 제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의 이익을 위해 변론하는 일은 변호인의 업무가 맞지만 허위 사실을 법정에 제출하는 건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조카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아무 전력이나 근거가 없음에도 참혹한 살인마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감경을 요청한 것은 변호사법 등 변호사 업무 준칙에 반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A씨 측의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허가했다. 이 변호사는 “이 의원의 과거 변론 기록을 받아 그의 말대로 당시 사건이 데이트 폭력에 불과한지 입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