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용의자, 투자금 소송서 잇단 패소

입력 2022-06-09 17:51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과 소방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대구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재 사건의 용의자가 재개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대구지법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용의자 A씨는 2013년 대구 수성구 신천시장 재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A씨는 주상복합건물 시행사와 투자약정을 맺으며 6억85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A씨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2019년 법인인 시행사와 시행사 대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시행사의 투자금 및 지연 손해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B씨의 지급 의무는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에서 청구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 이후에도 시행사는 A씨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다시 B씨를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A씨는 “B씨가 시행사를 완전히 지배하는 상황에서 법인격을 남용하고 있고, 시행사도 끊임없이 채무면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A씨와 채권·채무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1심에선 B씨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시행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질적 지배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다시 항소했고, 지난해 말 항소심이 시작됐다. 오는 16일에도 재판이 예정돼 있었다.

A씨가 이날 불을 지른 사무실의 C변호사는 B씨의 변호인이었다. C변호사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