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빌딩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고 있다.
9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방화 용의자 A씨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흰 마스크를 쓴 용의자는 한쪽 옆구리에 가방을 메고 흰 천으로 감싼 물체를 들고 건물에 들어섰다. 이 물체는 인화 물질로 추정된다.
이어 A씨가 계단에 오른 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복도로 향했다. 그가 현관문에 들어선 지 약 30초가 지난 뒤 연기가 치솟았고,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와 대피하는 모습도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 화재는 오전 10시 55분쯤 법원 뒤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건물 2층에서 났다. 폭발음이 들렸고 검은 연기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2분 만인 오전 11시 17분 불을 껐지만,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방화 용의자를 제외한 6명 중 1명은 이 사무실 변호사이고 나머지는 직원들로 확인됐다.
경찰은 CCTV 등을 분석해 50대 방화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남자 5명, 여자 2명으로 모두 불이 난 2층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경북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건물 지하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있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연기가 주변으로 번져 인근 건물에서도 다수 인원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이 날 당시 사건 의뢰인이 불만을 제기한 정황이 있어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A씨는 대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사업에 투자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가 앙심을 품고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한 것이란 증언도 나오고 있다. 용의자는 재판에서 패소한 뒤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합동 감식을 통해 인화 물질 등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 안에 확인되는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