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분만 불껐는데…7명 숨진 대구빌딩 “스프링클러도 없어”

입력 2022-06-09 17:43 수정 2022-06-09 17:45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난 불은 발생 후 20여분 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순식간에 7명이 숨지고 4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수성구 범어동 W빌딩 2층 203호에서 불이 난 것은 오전 10시 55분이다. 불 난 직후 소방차량 50대와 160여명의 진화대원·구조대원이 출동해 11시 17분에 진화작업을 마쳤다.

22분만에 완전 진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난 203호에서 방화 용의자를 비롯한 7명이 숨지고 같은 건물에 있던 다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와 의뢰인 등 41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방화 용의자가 자신의 몸에 강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들어가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좁은 사무실 내에서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과 사무실 여기저기에 뿌리고 불을 지르면서 폭발적으로 화염이 사방으로 확산해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더욱이 해당 건물은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발화지점인 203호가 해당 건물 내 계단과 거리가 먼 곳에 있었던 데다 밀폐된 사무실 구조 등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건물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로가 좁은 데다 복도 역시 폐쇄된 구조여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피해자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 내에 있던 사람들 일부는 건물 뒤편으로 난 비상계단에 매달리거나 옥상으로 피신하기 위해 아찔하게 외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연합뉴스

건물 위층에서 구조된 이들은 “순식간에 아래층에서 연기가 올라와 아래로는 피할 수 없었다” “유리창을 통해 탈출을 시도해봤지만, 너무 높아서 피할 수 없었다” 등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