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운임 담합에 대해 한-일 항로 선사에 대해 과징금 800억원과 시정명령을, 한-중 항로 선사에는 시정명령을 부과하면서 해상운임 담합 사건이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해운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한-중 항로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한-일, 한-중 항로 모두 같은 방식의 담합이 이루어진 만큼 향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등 15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800억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중 항로에서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 운임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4400만원이 부과됐다. 같은 역할을 한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시정명령만 받았다.
가격 담합·선적 거부에 담합 잘하는지 감시까지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에 참여한 선사들은 약 17년간 최저운임(AMR), 각종 부대 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 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에 합의해왔다. 합의 실행을 위해 기초 거래처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거래 선사 보호’를 합의해 운임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같은 담합을 통해 한-일 항로 선사들은 2008년 한 해에만 620억원(비용절감 120억원, 추가 부대비 500억원 징수)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합의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해 결국 합의 운임을 수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들에 대해서도 운임 수용 의지를 서면으로 제출받았다.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선사들은 중립감시기구, 중립관리제, 실태조사 등의 이름으로 감사도 했다. 선사들은 동남아, 중국, 일본의 운임 합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 7월에는 ‘3개 항로 합동 중립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중국만 과징금 0원…“해운 협정 등 특수성 감안한 조치”
일본, 중국, 동남아 항로에서 이뤄진 담합의 형태가 동일한데 한-중 항로 담합행위에만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아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에서 해상운임을 담합한 23개 선사에 대해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공정위는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 제한 효과 및 파급효과를 고려해 한-중 항로 운임 담합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1993년 해운 협정을 맺은 후 매년 해운 회담을 통해 선박 공급량(선복량)을 협의해왔기 때문에 담합으로 인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중 담합과 한-일 담합의 특성은 차이가 없다. 다만 해운 협정, 해운 회담 등의 특수성을 감안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한-동남아 항로에 이어 한-일 항로, 한-중 항로 운임 담합까지 제재하면서 공정위는 해상운임 담합 제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미주나 유럽연합(EU)쪽 항로와 관련해서는 인지한 사항이 없다”며 “미주나 EU는 운임 카르텔 자체가 제도적으로 쉽지 않아 (담합) 가능성도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