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밀 대신 국산 쌀…정부의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22-06-09 15:55
식감 달라 시장 호응 제한적 우려도


정부가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가공용 쌀 분질미(分質米) 공급을 늘려 수입 밀가루의 수요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밀가루 수요를 분질미로 대체해서 식량 자급률은 높이고 쌀의 과잉 공급 상태도 해소한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다만 정부 기대만큼 실제 쌀가루가 밀가루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9일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분질미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쌀 종류로, 가공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일반 쌀보다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물에 불리지 않고도 가루로 만들기 수월해 밀가루 대용 쌀가루로 개발하기가 쉽다. 정 장관은 “분질미를 활용해 그동안 주로 떡이나 주류, 즉석식품류에 국한됐던 쌀 가공식품의 범위를 넓히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의 일부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분질미를 재배하는 전문생산단지를 대폭 늘려 분질미 생산량을 올해 475t에서 2027년까지 20만t으로 421배 늘린다. 내년부터 전략작물 직불제를 신설해 분질미 생산에 참여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내에서 밀을 생산하는 전문 생산단지 51개소를 중심으로 밀과 분질미 이모작 작부체계를 유도한다.

아울러 올해 분질미와 쌀가루 1t을 CJ제일제당, 농심미분, 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해 분질미의 가공 적합도를 평가하고 다양한 가공식품 레시피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학교나 공공기관 등 대량 소비처에도 쌀가루 가공제품 공급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00만t에 달하는 밀가루 수요의 약 10%를 대체한다는 목표다.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 시장 규모를 현재 7조3000억원보다 37% 증가한 10조원까지 키우고 식량 자급률도 현재 45.8%에서 52.5%로 높인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국산 쌀가루가 수입 밀가루 수요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밀가루도 라면, 빵 등 제품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등 다양한데 쌀가루가 이런 다양한 습성들을 두루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제빵업계에서는 그동안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활용한 ‘글루텐 프리’ 빵을 여럿 선보였지만, 식감 등에서 밀가루와 차이가 있어 시장 호응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