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장관도 검사로서 상 받을 일 한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9일 1심 선고 후 취재진에게 “누구나 살다보면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럴 때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공자 말씀에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잘못을 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제가 무죄가 나왔더라도 상 받을 일을 한 것 아니지 않나”라며 “제가 부분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한동훈이 검사로서 상 받을 일 한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1심 유죄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한 장관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동훈씨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사람이 최소한의 도의가 있다면 전 채널A 기자의 비윤리적 취재 행위를 그렇게 방조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에 저한테 먼저 인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가 보도했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장관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한 장관에 대해 2년간 수사를 벌였지만 유 전 이사장 사건을 두고 검찰과 언론이 유착한 정황은 찾지 못하고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했었다.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이날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정치·사회 논객으로 활동하는 등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국민에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하는 검사로 인식돼 정신적 고통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검사가 누군가에게 보복하기 위해 수사했다는 의혹은 공적 관심사이고 검찰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해소됐다. 피고인이 사과문을 게시한 점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라디오 등을 통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면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21년 1월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유 전 이사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