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홍 기리는 ‘광주학술상’ 제정…광주문화재단

입력 2022-06-09 12:41 수정 2022-06-09 12:54

‘광주의 기상은 무등산을 통해 꽃피고, 무등산의 기운은 광주에서 빛난다. 광주와 무등산 사이에 딱 한 사람을 놓는다면 그건 박선홍 선생이다’ <무등산 서문-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광주 향토사 연구에 앞장서온 고 박선홍 선생을 기리는 학술상이 제정된다.

광주문화재단은 혜운 박선홍(1926~2017) 선생 추모 5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광주 학술상’을 신설한다고 9일 밝혔다.

인문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평생 고향인 광주 발전과 무등산 보호를 위해 헌신해온 박 선생은 타계 이전까지 광주의 어르신으로 불렸다.

박 선생은 1950년 6·25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무등산 복구를 위해 1955년 호남지역 최초의 전남산악회를 결성한 이후 줄곧 광주의 상징 무등산 보호에 앞장서왔다.

그는 광주와 무등산에 관한 숱한 기록을 치밀하게 집대성한 결과물로 1976년 ‘무등산’, 1994년 ‘광주 1백년’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무등산을 샅샅이 누비면서 조사·발굴한 기록을 묶은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의 유래와 전설 등이 총정리된 인문지리서의 전형이다. 이 책은 2010년대까지 40년 가까이 수정·보완돼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무등산의 각론 서적으로 손색이 없다.

‘광주 1백년’에는 구한말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1세기에 걸친 광주의 역사와 문화, 풍물, 세속은 물론 상공업 발전과정, 지역발전에 공을 세운 인물 등이 자세히 담겼다.

광주의 모태인 광주읍성의 도시화, 1919년 학생독립운동에 얽힌 수많은 사연과 상무대의 내력, 계몽기 교육·종교계 현황, 항일운동 선각자의 자취 등 보석 같은 향토 사료다.

1987년부터 20년 동안 광주민학회를 이끌면서 1989년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2001년 무등산공유화재단 설립을 주도한 그는 문화유산 답사 등을 통해 광주의 역사와 문화 발굴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2001년 광주시민 무등산 1평 갖기 운동 등 무등산 공유화운동에 나서 시민 10만여 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그 결과 16만여 평의 땅을 광주시에 기증해 무등산의 난개발을 막는데도 이바지했다.

2012년에는 후학들이 광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며 ‘광주학’의 교과서로 꼽히는 자신의 저서 광주 1백년(1~3권)과 무등산의 저작권을 광주문화재단에 기증했다.



광주보이스카우트를 설립해 고향 인재양성에 관심을 쏟은 박 선생은 1993년 모교인 조선대 첫 관선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994년에는 무등산 환경대학을 개설해 무등산 지킴이와 문화해설사 등을 양성해 무등산 보호운동의 기틀을 확고히 했다.

광주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을 지내는 동안 철탑산업훈장, 광주시민대상, 대한민국 산악대상 환경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유족은 9일 2017년 8월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광주 연구에 몰두해온 고인을 기리는 광주학술상 제정을 위해 써달라며 10년간의 학술상 상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광주문화재단은 평생 광주에 천착해온 박 선생의 뜻을 이어받고 지역학 연구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광주학술상을 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광주학술상은 내년부터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문, 환경 분야 연구 공로자를 선정해 상금 500만원과 함께 학술 도서 발간을 지원하게 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