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헛발질’했나… 치킨 가격 상승세 더 가팔라져

입력 2022-06-09 09:10 수정 2022-06-09 09:47

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3개월이 다 돼 가지만 대표적인 닭고기 가공식품인 치킨 가격은 되레 더 오르고 있다. 담합을 막겠다는 법 집행 취지는 달성했지만 고공행진 중인 물가 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제재 결과가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전가된 거 아니냐는 후문까지 나온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고충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재였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치킨 가격 상승세는 지난해 12월부터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5% 이하로 소폭 상승하다가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6.0%나 올랐다. 이후로는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보다 10.9% 상승하며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추세만 보면 앞으로도 치킨 가격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제재조차 치킨 가격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하림 등 육계 신선육을 제조·판매하는 16개 업체가 12년간 45차례에 걸쳐 담합 행위를 했다며 모두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품과 마니커 등 5개 업체는 검찰 고발 조치도 병행했다. 강력한 제재 조치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에는 하림 등 닭고기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협회원인 한국육계협회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했다. 이런 강력한 제재 조치에도 치킨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밀가루 등 원자재 구매 단가가 오른 탓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치킨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밀가루를 쓰지 않는 닭고기 가공 식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과 지난달 삼계탕 가격은 각각 4.6%, 4.8% 올랐다. 담합 행위 제재 효과가 거의 없었던 거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육계의 경우 마리 당 4000원에도 못 미친다. (치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