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스스로 세운 ‘무광고’ 원칙을 파기할까. 넷플릭스의 로쿠 인수설이 불거졌다. 로쿠는 광고 영상을 시청한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미국 미디어 장치 기업이다. 넷플릭스가 로쿠의 광고 수익 모델을 접목해 요금제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52주 최고가 대비 85% 가까이 하락했던 로쿠의 주가는 모처럼 강하게 상승했다.
1. 로쿠 [ROKU]
로쿠는 9일(한국시간) 마감된 나스닥에서 9.06%(8.46달러) 급등한 101.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쿠의 52주 최고가는 지난해 7월 도달한 490.76달러, 52주 최저가는 지난달 25일 짚은 75.03달러다. 불과 10개월 사이에 주가가 84.7%나 떨어진 셈이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지난주 반등 조짐에서 동반 상승을 시도하던 로쿠의 주가는 넷플릭스로 인수될 수 있다는 소문을 재료로 삼아 나스닥 본장 개장을 앞둔 프리마켓에서 급등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쿠 내부에서 지난 몇 주간 넷플릭스로 인수될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인수설에 힘을 실은 건 로쿠 직원의 자사주 거래 중지 조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로쿠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직원의 주식 거래를 갑자기 중단했다”며 “직원의 주식 거래 창구를 닫은 건 근본적인 변화가 다가왔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로쿠는 셋톱박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 셋톱박스를 TV에 연결하고 광고를 시청하면 OTT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2002년 설립된 이 기업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실내 활동 증가로 구독자 수와 셋톱박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로쿠의 성장은 꺾였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이어졌던 로쿠의 추락은 올해 상반기 뉴욕증시의 하락장에서 가속됐다. 올해에만 주가가 60% 넘게 하락했다. 넷플릭스로 인수될 가능성은 로쿠에 호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로쿠의 설립자인 앤서니 우드는 넷플릭스 출신이다.
2. 넷플릭스 [NFLX]
넷플릭스가 실제로 로쿠를 인수한다면 작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구독자 이탈에 따른 수익 악화를 우려해왔다. 기업 인수·합병(M&A)은 경영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구독자 수는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구독자 수 증가율의 둔화가 확인됐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20%씩 폭락했다.
넷플릭스의 52주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도달한 700.99달러. 이후 하락 일변도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달 13일 52주 최저가인 162.71달러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낙폭은 무려 76.7%다. 넷플릭스는 이에 따라 구독자 친화적이던 운영 정책을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 비동거인 공유 계정에 이용료를 부과하고, 광고를 삽입한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넷플릭스는 OTT 사업 초창기부터 ‘애드 프리(무광고)’ 원칙을 앞세워 구독자를 늘려왔다. 광고 연계 요금제를 도입하면 스스로 세운 원칙을 파기하게 된다. 구독자 추가 이탈을 우려할 만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나스닥에서 2.12%(4.22달러) 오른 202.83달러에 마감됐다. 로쿠 인수설이 수익을 다각화하는 호재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3. 니콜라 [NKLA]
미국 전기·수소차 기업 니콜라는 이날 나스닥에서 8.67%(0.56달러) 급등한 7.02달러에 마감됐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터옵서버는 “니콜라가 농기계·중장비 산업 평가에서 37점을 받았다. 이는 주가를 37% 더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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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