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출근길 즉답’… 김종인 “그건 소통 아냐”

입력 2022-06-09 06:48 수정 2022-06-09 10:31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걸 가지고 국민과 소통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출퇴근길’ 즉문즉답을 두고 8일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밤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국민과 소통은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챙겨서 이행해 주는 것”이라며 “어떻게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국민과 소통이냐”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는 없다”며 “국민이 바라는 바가 뭔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걸 충족시켜주는 것이 국민과 소통을 진짜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즉흥적 답변, 말 실수 있고 거칠어”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출퇴근길 메시지 내용을 두고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너무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까 말에 좀 실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다른 표현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 없이 딱 뱉다 보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오고 그것이 국민의 정서에 거칠게 들린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출근길 질의응답을 계속해야 되나’라고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아마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최근 출근길에 취재진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지난 7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의 욕설, 고성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8일 출근길에는 ‘검찰 인사가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인재풀 자체가 너무 좁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과거 민변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나”라며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쓴소리, 한동훈만 가능… 별의 순간 잡을 수도”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구름 위로 올라가 버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구름 위에는 항상 태양이 떠 있으니까 자기가 뭐든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지 정상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누가 구름 밑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관이나 참모가 1%도 안 된다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내가 보기에는 할 수 있다면 한동훈 장관이 할 수 있다. 그 이외는 내가 보기에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장관 팬덤이 형성됐다. 혹시 나중에 별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한 장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별의 순간도 잡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처럼 대권 가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검사 생활에 젖었던 걸 너무 강조하면 안 된다”며 “이 정부가 자꾸 정치 상황을 법률 잣대로 다루려고 하는데 국민 정서가 받아들이지 않는 걸 법률적으로 괜찮다고 해서 우기면 그 정책과 정부는 성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