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이 어디서 나오나.”(정진석 의원)
“1년간 참은 건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 그런 것.”(이준석 대표)
“1년간 참은 건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 그런 것.”(이준석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국회부의장)의 갈등이 당내 세대 간 대결로 번지고 있다. 앞서 공개 저격에 나섰던 정 의원이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한다”며 지적을 이어가자 이 대표는 대선 때 국민의힘을 지지한 2030을 거론하며 세대론을 꺼냈다.
당내 MZ세대 정치인들도 정 의원의 SNS를 찾아가 “본인이 시비를 걸었으니 끝장을 보자” “어른이라는 궁색한 권위로 젊은 대표를 찍어 누르려 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준석 “대선 승리 원흉 소리에도 참았다”
이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서 “모든 걸 1년 동안 감내해 오면서 이 길을 가는 것은 그래도 정치 한번 바꿔보겠다고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을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서”라며 “착각들 안 했으면 좋겠다. 대선 승리의 원흉 소리 들을 때도 꾹 참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그러면서 “당대표를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서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까지 드렸다”며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는 다 한 거 아니냐”고 정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때리면 뒤에서 총질하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라고 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앞선 YTN 인터뷰에서도 전날 페이스북에 ‘육모방망이’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당연히 (정 의원을) 겨냥했다”며 “나이나 선배가 어떻다고 얘기할 거면 앞으로 (당대표도) 나이순으로 뽑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끝장 보자”… 당내 MZ, 정진석 의원 정면 공격
‘나는 국대다’를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단에 선발된 임승호(28) 전 대변인과 박민영(29) 대변인도 정 의원 공격에 나섰다. 두 사람은 모두 20대다. 앞서 정 의원이 이 대표를 겨냥해 우크라이나 방문, 당 혁신위원회 추진, 지방선거 공천 관리 등을 문제 삼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임 전 대변인은 정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달며 비판에 나섰다. 그는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거셨으니 끝장을 보시죠”라며 “1. 여당 대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게 맞느냐. 2. 여당의 성공을 위해서 우크라이나에 가지 말고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라. 이 두 가지가 본인의 이 대표를 위한 비판이었다. 여기서 벗어나지 마시고 이 두 가지의 논의에서 토론해보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제가 (대선) 선대위에 쓴소리를 했을 때 당신께서 ‘대변인이면 당 공식논평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지금 묻겠다. 당신께서는 당 공식 대변인도 아닌 지금 당내에 쓴소리를 할 용기가 있나”라며 “본인이 공관위원장이었으면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아시라. 저는 더 이상 당 대변인이 아니니, 본인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비판하겠다”고 했다.
임 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저 또한 이 대표에 대한 자유로운 비평과 평가를 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우크라이나에 가서) 새벽에 공습경보를 맞이하는 당대표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방석에 앉아 몇 글자 싸지르며 본인의 안위를 보존하는 그 시대는 한참 전에 졌다”며 “이준석을 제거하고 싶다면, 이준석을 능가하는 혁신안을 내놓으시라. 그 정도의 혁신안도 내놓지 못한다면 그 시대에 묻어가시라. 그것이 그대의 한계”라고 했다.
박 대변인도 “‘어른’이라는 궁색한 권위를 앞세워 젊은 대표를 찍어 누르려 드는 것은 자칫 당 전체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크나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부정적 인식까지 덧씌워질 수 있다”며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에 앞서 어른스러운 포용력과 개방성을 보여주시라. 이상 ‘젊은’ 대변인의 짧은 생각이었다”고 비꼬았다.
앞서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며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