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교통방송(TBS)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통방송 역할이 퇴색된 만큼 본질적인 기능을 전환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요즘 교통정보를 TBS에서 얻으면서 운전하는 분들이 거의 안 계신다. 교육방송 형태의 개편은 그래서 나온 제안”이라며 “쇠퇴한 기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 시장은 TBS(교통방송)를 교육방송 형태로 개편하려는 구상이 진행자인 김어준씨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TBS가 별도 재단으로 독립했는데 운영예산으로 인건비를 비롯해 1년에 300억원씩 세금을 갖다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재정적으로도 독립하는 게 맞고, 그런 의미에서 예산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시의회에서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TBS가 교통방송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여러 차례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가 규정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정관에 명시된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TBS는 현재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로 독립 법인화했지만,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TBS 출연금 삭감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였던 시의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는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122억원 삭감한 253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최종적으로 서울시 편성안에서 67억원 증액된 320억원으로 출연금을 확정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며 시의회 권력 구도도 재편됐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의원 총 112석(지역구 101명, 비례 11명) 중 76석(68%)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36석을 획득했다.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기 이전부터 시의회 구도가 달라지면 TBS를 교육방송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는 지난 선거 기간 중 “교통방송 기능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미 받아놓은 주파수를 반납하긴 아깝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인터넷과 방송이 융합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런 구상 하에 기능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TBS를 개편하겠다는 오 시장의 구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TBS 노조가 “교육방송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곧 전반적인 편성과 제작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방송법이 금지한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김어준씨는 지난 3일 방송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오 시장이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는 기획이 있다는 것 같다”면서 “그냥 저만 퇴출시키면 되지 무슨 억지스럽게 교육방송입니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 시장 스타일이 그렇다. 자신의 진짜 의도에 그럴듯한 포장지를 잘 씌운다. 그런다고 사람들이 모르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할지 잘 관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