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겼다. 이제 정치·정당개혁 아젠다를 만들어 나갈려 하니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정치·정당개혁에 매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 상납·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징계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고리로 당내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제기되자 불쾌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에 앞서 정당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선 “절차적 정당성과 총의를 모으는 게 중요해서 많은 분이 공정하다고 신뢰하는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혁신위가 뭘 할지 모르겠다. 뭔지 모르는데 벌써 반발하는 분들은 뭐가 그렇게 찔리기에 벌써 반발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친윤계 맏형격인 정진석 의원이 혁신위 구성을 놓고 ‘이준석 혁신위’라고 지칭하는 등 차기 당권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선 “당권에 관심이 있어 그렇게 말했다면 부적절한 처사였겠지만 그렇게 보진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당내에서 정 의원을 당권 주자로 거론하는 분도 많지 않다”며 “(혁신위의) 시스템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반발하는 건 공천 제도를 바꾸면 자신이 불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의 조직적 저항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당장 공천 제도를 손보려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입시제도를 바꿀 때 보통 중학생을 타깃으로 한다”며 “미리 고민하자는 게 매우 정상적인 논의이고 나중에 하자는 건 공천 학살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향후 행보를 묻는 말에는 “저는 상계동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게 목표”라며 “상계동 지역 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당 지도부가 안정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당 대표를 다시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 아무리 지역에서 열심히 해도 지도부에 이상한 분들이 있으면 선거에서 못 이길 수 있다”며 “2년 뒤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지도부가 정말 불안하거나 간만 보는 분들이 된다면 제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정 의원에 대해 YTN 인터뷰에서도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는 정 의원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자기정치 한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라 여행 허가가 필요한 지역인데 외교부, 대통령실과 상의도 하지 않고 갔겠느냐”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또 ‘윤핵관’이라 불리는 분인데 어떻게 그렇게 상황 파악을 잘못하고 지적했는지 의아하다”며 “후보 시절 대통령께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적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 SNS에 ‘육모방망이’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나이나 선배가 어떻다고 얘기할 거면 앞으로 (당 대표도) 나이순으로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윤핵관을 대표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언뜻 보면 되게 외로워 보인다. 본인의 의중인 것 같은데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