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대중에게, 팬들에게 코미디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집안의 가장으로서 모범이 되라고 하셨죠. 건강도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이 모든 걸 먼저 실천하신 우리의 영원한 롤모델이에요.”
방송인 송해가 세상을 떠난 8일 그와 가장 가까이서 지내며 오랜 추억을 쌓아온 엄영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엄 회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미디언의 희망이고, 모범이신 어르신을 떠나보내니 마음이 참 황망하다”며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엄 회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후배들과 대화했고, 평소와 같이 정정하셨다”며 송해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송해 어르신을 보필하고 있는 지인이 ‘선생님 돌아가셨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왜 아직 살아계세요?’라고 농담을 하자 선생님이 ‘나 멀쩡해’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고 한다”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시니 당황스럽고,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엄 회장은 “95세 나이라면 노환은 당연히 있지만 어르신은 아침에 아프시다가도 저녁 되면 괜찮아지시고, 2~3일 입원했다가도 바로 퇴원하시면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셨다”며 “어르신이 천수를 다하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엄 회장은 마지막까지 전국노래자랑에 헌신한 송해의 열정에 존경심을 표했다.
엄 회장은 “어르신은 전국노래자랑이 자기의 삶이고, 전부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셨다”며 “어떻게 90이 넘는 나이에 그렇게 MC를 볼 수 있을까. 다 어르신의 열정과 자기 관리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아흔 넘은 나이에 기억력 때문이라도 (MC를 보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이제 어르신이 가시고 알 거다. 송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엄 회장은 “건강 문제로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을 때 선생님이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다”며 “송해 어르신이 전국노래자랑에 얼마나 많은 열정과 사랑을 쏟으셨는데”라며 하차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불과 지난 3일과 5일에도 송해와 통화하고, 코미디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는 엄 회장은 송해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르신 따님이 위층에 사는데 아침에 문안드리러 가다 화장실에 쓰러져 계신 어르신을 발견하고 119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고 전했다.
송해는 이날 서울 강남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엄 회장은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서 송해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석옥이 여사의 옆에서 잠들고 싶다던 송해의 생전 소원에 따라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부인 곁에 안장될 예정이다.
송해는 1927년 4월 27일생으로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다. 1988년 5월부터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활약해 35년간 방송을 이끌며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이에 대한 공로와 기록을 인정받아 지난 5월 기네스 세계기록에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등재됐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