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거론된 대주주 김만배씨의 이른바 ‘50억 클럽’ 주장을 믿지 않았다는 남욱 변호사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남 변호사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김씨와 곽상도 전 의원의 공판에서 이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2017∼2018년 김씨로부터 곽 전 의원 등에게 50억원씩 챙겨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를 믿었느냐’고 묻는 김씨 변호인의 말에 “믿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험상 김씨는 과거부터 늘 비용을 부풀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처음엔 100% 신뢰하지는 않았었는데, 언론에 나온 뒤 실제로 준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또 “곽 의원 등 이들이 50억원을 받을만한 일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부정적 생각이었다”면서 “만약 혹시 어떤 일을 도와줘서 김씨가 감사 표시를 해야 했더라도 50억원 정도의 금액은 과장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녹취록을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를 언급하며 “그 역시 김씨의 ‘50억 클럽’ 이야기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씨가 재직하던 회사 회장님(홍선근)한테도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얘기했었다”면서 “헤어지면서 정 회계사가 ‘하다 하다 그 양반한테까지 50억원을 준다고 하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씨가 홍선근 회장에게 50억원을 주는 이유가 기자 생활을 그만두지 않고 사업을 하게 해주는 대가라고 저에게 이야기했다”며 “그거와 50억원 주는 게 무슨 상관인지 저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 등에 도움을 주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등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 기소 됐다.
또 천화동인 4호 운영자인 남 변호사로부터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4월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곽 전 의원은 당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남 변호사의 변론을 도와주고 수임료를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정식 선임 계약서를 쓰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불법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역시 곽 전 의원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