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타령” 尹 질책 이튿날 교육부 “수도권대 반도체 정원 늘린다”

입력 2022-06-08 19:47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서울·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대학에서 더 많은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수도권 대학에 적용되는 정원 규제를 첨단 분야에 한해 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대의 신입생 모집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의 ‘국가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과 ‘지방대 살리기’ 공약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반도체 인력을 산업계에서 원하는 수준만큼 양성하기 위해)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교육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들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순증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엔 “그렇다”라고 말했다. 지방대 위기 가속화 우려에 대해선 “반도체는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가 최우선 전략산업이다. 수도권 비수도권 구도로 볼 수 없다. 전체 대학 입학정원이 47만명 정도인데 반도체 관련 일부 정원이 늘어나는 건 (대입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매년 대학 신입생 규모는 정해져 있어 대학 입장에서 신입생 충원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이 묶여 있는 것도 지방대 황폐화를 막기 위한 장치다.

장 차관은 지난 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하는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라고 언급했다가 “국가 미래가 걸린 일인데 규제 타령한다”는 취지의 강도 높은 질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언급 하루 만에 지방대를 위한 안전장치 해제를 예고하면서 지방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인문·사회 등 다른 분야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일도 교육부의 과제가 됐다.

교육부는 먼저 국회를 설득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의 근거가 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이 법의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는 그간 대학 구조조정으로 줄어든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들이 입학 정원을 1만 2000명 정도 줄였는데 우선 이 정원을 활용해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정원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도권 대학들은 교지, 교사(校舍),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이른바 4대 요건을 완화해 첨단 인력 양성을 유도하는 방안도 병행키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